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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못 달리면서 전기자전거 국가과제사업은 왜?

  • 머니바이크 박정웅 기자 | 입력 : 2015.03.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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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한 전기자전거기업이 유럽지역 주요 딜러들을 한국에 초청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사진=머니바이크DB
해외서 친환경 개인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자전거가 국내에선 이륜자동차로 분류되는 법적 지위 문제로 관련 산업 및 이용 활성화 측면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한 전기자전거는 현행 도로교통법 상 이륜자동차에 해당되어 특정 출력 이상이면 오토바이처럼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또 오토바이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없듯 전기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모든 전기자전거는 위법이다.

◇자전거도로 못 달리는 것 알면서 국가과제사업 지원=MB정부 시절, 전기자전거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2009년부터 국가과제사업 일환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자전거산업 세계 3위' 달성을 목표로 한 자전거산업 육성책에 따라 '고부가가치 자전거 기술개발 사업' 등의 명목으로 전기자전거 개발을 지원했다.

관련 산업과 이용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라 할 전기자전거의 법적 지위를 검토하지 않은 채 결국 예산만 낭비했다. 또 국가과제사업이라는 정부 발 훈풍에 닻을 올려 투자한 전기자전거 관련 기업들은 생뚱맞은 과보를 치르고 있다.

◇법 제도 개선 논의는 있었으나 지지부진=그렇다면 관련 법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없었나. 그렇지 않다.

자전거의 정의(도로교통법 제2조)에 전기자전거를 포함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자전거법) 개정이 의원 안을 중심으로 2012년 시작됐으나 지지부진했다. '시속 25킬로미터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동력이 전달되지 않고 차체 중량이 40킬로그램 미만인 것'(홍문종 의원 안, 2012.8)과 '최대 출력 330와트 미만, 최대 전압 48볼트 이하로서 최고속도가 시속 30킬로미터 이하'(강창일 의원 안, 2012.11)가 대표적으로 전기자전거의 성능을 제한한 안전성 기반의 자전거법 수정안이었다.

또 지난해에는 행정자치부(옛 안전행정부)가 전문가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입법을 추진했지만 안전성 등을 이유로 해당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쟁점은… 성능제한과 안전성=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하는 전기자전거의 안전성 문제가 관건이다. 일반 자전거에 비해 전기자전거가 갖는 특수성, 즉 최고속도와 최대출력, 차체중량을 제한해야 이용자는 물론 보행자, 다른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완성차 외에 사용자의 임의개조 등도 논란거리다.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개조키트가 대표적인데 속도와 출력을 임의로 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완성차 역시 얼마든 개조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 '고장난명'(孤掌難鳴) 협회와 세계시장은=차로만을 달려야 하는 전기자전거의 현주소는 답보상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연평균 1만대(추정치, 개조키트 포함)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 자전거 중 전기자전거 보급 비율이 10%를 상회하는 해외 국가와 비교해 국내는 1%(연간 자전거 보급대수 약 100만대 기준) 내외에 그치고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법적 지위 문제 등의 이유로 전기자전거 보급이 더딘 상황에서 관련 업계가 한 목소리를 냈을까. 국내 자전거업계를 대표한다는 관련 협회들은 전기자전거 법제화에 대한 성명서를 단 한 장도 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관계부처가 의견을 구한다며 이들을 일일이 찾아 나섰을 정도. 성능 규제를 완화해 안팎으로 업계 이익을 반영하려는 해외 협회의 행보와 비교된다. 또 전기자전거기업(수입업체 포함)의 유통망에 기댄 채 '땅 짚고 헤엄친다'는 소재기업들의 소극적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시장은 어떨까. 세계전기자전거보고서(EBWR)에 따르면 올해 판매량을 400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중국은 최대 전기자전거(보급형) 국가로 세계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중급이나 고급 전기자전거가 보급되고 있는 독일에서만 지난 한해 48만대(ZIV 자료) 등 총 210만대가 생활 곳곳을 누비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과 소재기업들이 전기자전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전기자전거가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한속도와 중량, 출력 등 안전성에 대한 논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자전거를 자전거에 포함시킨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멀리는 유럽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생활교통수단으로 효용적이다. 특히 노약자와 같은 교통약자는 저렴한 유지비로 전기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서는 비용적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친환경 가치를 담은 전기자전거가 젊은층까지 확산하고 있다.

법 제도 개선으로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다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기업과 소재기업들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며 배터리 등의 기술 우수성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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